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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제를 망치는 중대재해처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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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제를 망치는 중대재해처벌법


  • 입력 2022.06.08 22:00
  • 수정 2022.06.08 22:04


기업 규제 유달리 많은 한국
WIPO 규제환경지수 68.2점
OECD 38개국 중 꼴찌 수준
‘기업·투자하기 싫은 나라’로

지난 1월 27일부터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더 악화
의욕·활력 죽이고 자포자기로
결국 투자·일자리 감소 부를 것

저성장·고물가·양극화 삼중고
성장 후진 위기에 놓인 한국
기업 혁신·과감한 투자 절실
尹정부의 과감한 결단 기대


김기동의 기업과 사법


우리나라에는 기업에 대한 규제가 유달리 많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개혁을 추진했지만, 그 성과는 미미했고 기업들은 오히려 규제가 더 늘어났다고 느낀다. 한국은 '기업 하기 어려운 나라', '투자하기 싫은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크게 우려할 상황이다.

이는 숫자로도 알 수 있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정부의 민간에 대한 규제 정도를 지수화한 한국의 규제환경지수는 올해 68.2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5위로 꼴찌 수준이다.

반기업 정서에 기댄 규제 양산은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연합포럼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외국인 투자 유출 대비 유입은 베트남 25.4배, 영국 4.6배, 미국 2.3배지만 한국은 0.4배로 저조했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에 대한 규제가 상당 부분 형사처벌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려할 점이다.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가 고스란히 형사 사법 리스크가 되는 것이다. 기업 경영인에게 형사처벌은 행정적 또는 민사적 제재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자는 교도소 담벼락을 걷고 있다는 자조 섞인 말도 자주 듣는다.

기업 하기 어려운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이 법은 '중대산업재해' 또는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그러한 재해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못해 발생했다면 (노동자 사망의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이르는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는다. 아울러 민법상 손해액의 최대 5배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다.

중대 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중대산업재해란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전치 6월 이상 부상자 2명 이상,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산업재해를 말한다. 중대 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재해로서 '중대산업재해'와 유사한 피해가 발생한 재해를 가리킨다.

많은 나라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기업이나 경영자에게 안전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위반 시 처벌하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운영하고 있다. 산안법과 별개로 중대 재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는 법을 제정한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 영국, 캐나다, 호주 등 극소수다. 그러나 중대재해 기업의 경영책임자(CEO)를 직접 처벌하고, 그것도 하한형이 정해진 무거운 징역형을 부과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법조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법조인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적 요소로 명확성의 원칙·비례의 원칙·책임주의 원칙 위반 등을 꼽는다.

형법은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규정이 모호할뿐더러 형량이 과도하고 '책임 없이 형벌 없다'라는 헌법 원칙에도 반한다는 주장이다. "사고가 나면 사실상 경영책임자에게 결과 책임을 묻겠다는 법률이다" "과실범 성격이 짙은데도 법정형을 징역 45년까지 규정한 것은 과잉 입법이다"라는 주장이 강한 설득력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경영책임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건설현장과 같이 특수성을 가진 업종은 필연적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근대 형사법의 대원칙인 책임주의에 반하는 것이다. 기업들의 의욕과 활력을 죽이고, 자포자기하게 할 것이다.

중대재해를 줄이겠다는 대의에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 근본적 해법을 고민하지 않고 법정 형량만 높이는 방법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극단적 형벌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음주운전이나 측정거부를 반복한 운전자를 가중처벌 하는 도로교통법(일명 윤창호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목적이라 하더라도 책임과 형벌 간 비례 원칙을 벗어나 과도하게 처벌하는 건 안 된다고 재차 확인한 것이다. 여론몰이식 처벌지상주의에 제동을 건 결정이다.

중국에는 '상유정책 하유대책(上有政策 下有對策)'이라는 말이 있다. 정부가 정책(규제)을 내놓으면 민간은 빠져나갈 대책을 찾아낸다는 뜻인데,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잘 들어맞는 말이다.

최근 만난 한 기업인이 울분을 털어놓으며 한 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원래 목적과는 달리 국내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를 줄이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다. 늘 교도소에 갈 불안감과 위험을 안고 사업을 계속할 대주주나 CEO는 없다. 중대재해 발생 위험이 많은 사업은 포기할 것이다. 외부로 위탁하거나 사업장을 해외로 옮길 것이다. 외국 기업은 국내 투자를 꺼릴 것이다. 국가경제를 망치는 법률이다."
한국 경제가 백척간두에 서 있다고 진단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저성장·고물가·양극화의 삼중고가 닥쳤는데 이를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힘든 상황이란 뜻이다. 선진국 문턱을 간신히 넘어선 뒤 탈진한 성장엔진을 다시 활기차게 돌리지 않으면 후진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뒷받침해 온 기업들의 혁신과 과감한 투자가 절실하다.

윤석열 정부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은 천만다행이다. 시행령 보완 등 소극적 정책만으로는 기업들의 우려를 불식하기에 부족하다. 정부는 경영책임자에게 징역형과 같은 과도한 형법을 부과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독소 조항은 개정하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힌 후 국민을 설득하고, 신속하게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들이 정부를 신뢰하고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일자리도 만들어질 것이며 그런 힘이 모여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다시 한번 우리 경제가 도약할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혁파(革罷)하는 과단성 있는 모습을 윤석열 정부에 기대한다.


<약력>초임시절부터 검사장으로 퇴직할 때까지 25여년간 검사 생활의 대부분을 특수부, 강력부 등 일선 수사부서에서 기업·금융 반부패 수사 업무에 종사했다. 특히 원전비리수사단장, 대검찰청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장,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등 중요 수사부서 책임자를 맡았다. 2019년 8월부터 변호사로 활동,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변론을 비롯해 기업사건 변론을 맡는 등 기업·금융 사건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학력> 부산 혜광고 △서울대 법학과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주요 경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특수3부장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원전비리수사단장) △대검찰청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장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부산지검장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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