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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달라진다…불황 때 친구 얻고 경영은 ‘40의 법칙’으로

매경이코노미


스타트업이 달라진다…불황 때 친구 얻고 경영은 ‘40의 법칙’으로

입력
수정2022.06.16. 오후 4:34



[스타트업 생태계 업데이트 2022]

“그동안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멀티플’이라는 블랙박스로 설명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BCG는 어떻게 하면 멀티플을 과학적, 정량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연구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느끼는 ‘익숙한 불편함’의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비전의 규모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인혁 BCG 대표파트너)

국내 스타트업 업계 최대 행사 중 하나인 스타트업 생태계 콘퍼런스(이하 ‘스생콘’)가 지난 6월 9일 강릉 세인트존스호텔에서 열렸다. 코로나19 사태로 2년 만에 열린 스생콘에는 중기부 스타트업 정책 담당자부터 대기업, 벤처캐피털(VC), 증권사, 대학 연구센터, 글로벌 컨설팅 업체까지 250여명의 주요 인사가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올해의 스생콘 주제는 ‘CVC(기업 벤처캐피털)’. 그간 관전 모드이던 대기업들이 스타트업 투자사로 본격 참전하며 스타트업 시장이 더욱 커진 변화를 짚었다. 한편에서는 최근 스타트업 시장의 거품이 빠지는 국면을 감안, 스타트업의 리스크 관리와 지속 가능한 성장 관련 이야기도 쏟아졌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 최대 행사 중 하나인 스타트업 생태계 콘퍼런스가 6월 9일 강릉 세인트존스호텔에서 열렸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기조연설하는 최인혁 BCG 대표파트너, ‘바람직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주제로 패널 토론하는 연사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스타트업 생태계 업데이트

▷신규 투자 20조↑…동남아도 투자

스생콘은 최인혁 대표의 ‘스타트업과 자본 시장’ 기조강연으로 막을 올렸다. 최 대표는 투자 심리가 위축된 지금이 오히려 투자 기회라며 스타트업 거품론에 일격을 가했다.

“VC에 한 가지 하고픈 말은 ‘지금 투자하라’다. BCG가 1980~2018년간 인수된 스타트업 9987건의 기업가치 변화를 분석해보니, 호황기보다는 불황기에 인수한 스타트업의 투자 수익률이 9.6%나 높았다.”

최 대표는 또한 업종별로 성장에 필요한 키워드가 다르다고 제시했다. 소프트웨어(SaaS)가 매출과 에비타(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고성장이 중요하다면, 규제 산업인 핀테크(금융 스타트업)는 규제에 대한 저항성이 중요한 식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기업가치 20조원을 기점으로 키워드가 달라진다고 짚었다. 20조원 이하 스타트업에서는 수익성이 중요하지만, 이를 넘긴 기업은 성장성이 중요하다는 것. 최 대표는 “넷플릭스가 지난해보다 매출은 2배, 이익은 4배나 늘었는데도 4월 한 달간 주가가 30%나 폭락했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스토리를 제시하지 못한 것이 주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업데이트’ 주제로 최신 시장 트렌드 변화를 보여줬다.

우선 해외에서 시작된 빅딜 도미노 현상이 한국에서도 나타났다며 ‘스타트업 간 인수’를 넘어 ‘스타트업의 대기업 사업부 인수’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 센터장은 “1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이 2015년에는 80개사에 불과했다. 올해는 1400여개에 달한다. VC로부터 5000만원 이상 투자받은 벤처 투자형 스타트업은 4406개나 된다. 창업 벤처 사모펀드(PEF)와 해외 자본의 직접 투자액까지 더하면 지난해 기준 국내 신규 벤처 투자액은 20조원이 훌쩍 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한국 스타트업의 숙제도 적잖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글로벌 대비 이커머스 분야 유니콘이 많은 반면, B2B,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분야 유니콘은 적다. 수도권에 60% 넘는 스타트업이 몰려 있는 편중 현상도 여전하다. 기존 산업의 규제 문제 외에 이익단체와의 갈등 역시 심화되고 있다. M&A 미활성화로 인한 투자 회수 경직도 문제다.”

유정호 KB인베스트먼트 그룹장과 김천수 파라마크벤처스 대표는 각각 동남아, 인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색적인 경험담을 공유해 눈길을 끌었다.

유정호 그룹장은 “위험을 분산하려면 투자 지역을 확장해야 한다”며 동남아 투자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동남아 스타트업 시장에도 ‘겨울’이 들이닥쳤다며 ‘기본으로의 회귀(back to the basic)’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남아 테크 기업 주가가 체감상 ‘박살’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금의 절반 정도가 사라졌다. 유니콘 수준의 스타트업 세 곳이 IPO(상장)를 취소했다. 수익이 나서 상장 요건은 갖췄지만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현재 동남아 스타트업 시장은 하락기에 있지만 자본 시장의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며 이제 본게임이 시작되고 있다. 단기가 아닌, 중기 전망을 보면 동남아 스타트업의 미래는 밝다고 본다. 특히, ‘애그리테크(Agri-tech)’를 위시로 하는 1차 산업의 혁신에 주목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겨울, 어떻게 넘길까

▷유대감 쌓고 ‘극초기’ 스타트업 투자

이번 스생콘에서는 ‘스타트업의 겨울’을 어떻게 넘길 것인가를 주제로 많은 의견이 오갔다. 일단은 ‘옥석 가리기’ 국면일 뿐, 닷컴 버블의 재현은 아니라는 진단이 대세를 이뤘다. 유정호 그룹장은 “우리나라는 투자 자금 중 정책 자금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들이 어딘가에는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투자 가뭄이 일어날 가능성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적다고 본다”며 낙관론을 펼쳤다.

구체적인 극복 전략도 제기됐다.

김천수 대표는 불황기에 창업자와 투자자 간 유대감을 쌓을 것을 조언했다. 김 대표는 “인도에서는 ‘호황기에는 돈을 벌고, 불황기에는 친구를 얻는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재무제표만 분석해서는 남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 차별화된 성과를 얻으려면 남에게 없는 창업가에 대한 정보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시장의 투자 신중론이 이어지며 반대급부를 누리는 곳은 초기 투자 시장이다. 투자 규모가 크지 않아 알짜 스타트업만 잘 골라내면 낮은 리스크로 큰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서비스 고수 매칭 플랫폼 ‘숨고’ 공동창업자 출신의 강지호 앤틀러코리아 대표는 ‘글로벌 VC가 보는 한국의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주제로 자사의 ‘극초기(Ultra Early) 단계 투자’ 노하우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강 대표에 따르면, 미국 액셀러레이터 ‘와이(Y)콤비네이터’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시점의 스타트업 평균 사업 기간은 ‘1년 반’이다. 이 정도면 창업팀이 시장조사와 피봇팅(사업 전환)까지 대부분 해본 상태다. 앤틀러코리아는 창업팀이 초기 투자를 유치하는 바로 그 직전 단계에서 유망 창업자를 선별하는 ‘스타트업 제너레이팅 프로그램’에 집중한다고.

강 대표는 “사람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 사람과 같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기준으로 투자를 결정한다. 이런 방식으로 2025년까지 100개의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스타트업 생존 조건으로 ‘40의 법칙’을 제시했다. 스타트업이 지속 성장하려면 매출 성장률과 이익률을 더한 숫자가 40을 넘겨야 한다는 것. 최 대표는 “가령 연간 매출 성장률이 30%인 스타트업이라면 이익률이 적어도 10% 이상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이동열 로백스 대표변호사의 ‘스타트업의 사법 리스크 줄이기’,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대표의 ‘비게임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 등 스타트업 겨울나기를 위한 다양한 현장 노하우가 공유돼 호평받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3호 (2022.06.15~2022.06.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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