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고발인 이의신청권 왜 없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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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모 지역에서 수억 원의 적은 돈으로 24평대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다는 지역주택 조합원 모집공고를 보고 내집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2016년 1200만 원의 가입비를 내고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그러나 막상 조합에 가입해 보니 업무대행사는 브로커들에 의해 장악돼 있었고, 이들이 전체 조합원 1000여명 중 조합원 자격이 없는 허위조합원 400명을 가입시켜 조합의결권을 장악한 후 함부로 조합땅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고, 조합땅을 함부로 처분하는가 하면 조합원들에게 계속해 추가 분담금을 요구해 조합원당 2억 원 가까운 분담금을 받아내는 등 비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에 A씨를 중심으로 조합원 100여명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2020년 5월 업무대행사 대표와 이들의 꼭두각시인 조합장을 경찰에 업무상 배임·횡령죄 등으로 고발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경찰에서는 이 경찰서, 저 경찰서로 사건을 이송을 보내며 3년 가까운 시간을 허비하더니 2023년 2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혐의가 없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지 않는다는 불송치 결정을 해 버렸다.
이에 A씨와 조합원들은 경찰에 재수사를 요구하는 이의신청을 하려고 알아보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되었다. 형사소송법이 2022년 5월에 개정되면서 고발사건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더라도 불복할 수 있는 제도가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수억 원의 분담금을 내고서 조합비리로 내집마련의 꿈이 날아갈까봐 속앓이를 하던 100여명의 조합원들은 경찰이 업무대행사의 비리를 밝혀 조합이 정상화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조차 할 수 없다고 하니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없앤 건가요”라며 절규하던 A씨의 원망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어떤 과정으로 삭제되었는지 국회 의사록 등 당시 자료들을 찾아 봤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제245조의 7 제1항에서 ‘제245조의 6의 통지를 받은 사람(고발인은 제외한다)은 당해 사법경찰관의 소속 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는 형식으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삭제했다. 그러나 국회본회의 회의록 또는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 어디에도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없애야 하는 당위성과 근거를 제시한 토론이나 자료를 찾아 볼 수 없었다. 다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남용으로 인한 수사력 낭비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볼 수 있다. 오히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에 따라 수정안이 마련되다가 여야의 정쟁 속에 이의신청권이 삭제된 최종안이 당시 여당인 민주당의 주도하에 통과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남용될 것이라는 주장은 그동안의 이의신청권 행사 통계만 봐도 말이 되지 않는다. 2021년 기준 경찰이 불송치 결정한 사건은 전체 처리사건의 약 28.4%인데 그중 이의신청이 접수된 사건은 6.4%에 불과하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경찰의 불기소 결정에 대해서 고발인도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하는 결정을 내린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호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는 취지에서 그러한 결정을 내리고 있지만, 고발인에 대한 이의신청권을 보장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보다 더 크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범죄현상에는 피해자가 장애로 피해를 직접 고소할 수 없는 사례 뿐 아니라, 앞서 본 사례와 같이 실질적인 피해자이거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큰 사안임에도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거나, 법률적 피해자가 아닌 경우도 많이 있다. 이를테면 공기업 비리나 환경 비리, 또는 선거 비리와 같은 사안에서 공익적 차원에서 수사기관에 비리의 시정을 구하는 제도가 바로 고발제도인 것이다.
법률전문가인 검사에 대한 고발은 항고나 재항고, 재정신청 등의 구제제도를 거치게 하는데 경찰에 대한 고발은 불송치 결정만으로 종국적인 것으로 하는 것은 여러모로 불합리하고 근거도 희박하다.
국민의 권리보호에 큰 역할을 해 오던 고발인에 대한 이의신청 제도를 심도 깊은 토론과 공론화없이 당리당략으로 사장시킨 국회의 과오는 입법을 통해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이동열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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