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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사형제]②재집행되면 26년 전 방식 그대로… "새로운 논쟁 생길 수도"



"엄중한 처벌로 국민의 공포, 유족의 아픔을 달래야 한다."


지난 3월 강남 한복판에서 사람을 납치하고 살해해 국민적 공분을 샀던 일당 4명에게 검찰이 16일 사형을 구형했다. 납치에 가담한 이경우(36)와 황대한(36), 살인을 공모하고 범죄자금을 제공한 유상원(51)·황은희(49) 부부의 생명을 박탈해야 할 만큼 죄가 중하다고 본 것이다.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이경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이경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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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판부가 검찰의 구형을 받아들여 사형을 선고하더라도 집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번 납치 일당처럼 살인 등 중한 죄를 지은 범죄자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사형을 선고해도 그 무게감은 떨어진다는 우려가 법조계에 있다. 사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정말 자신의 잘못이 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반성할지 역시 회의적이다. 최근 사형 재집행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 배경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8월 경남 창원에선 살인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이 재판부에 "시원하게 사형 집행 한번 딱 내려주고 검사 체면 한번 세워달라"고 말한 일도 한몫했다. 8월24일 정말로 사형이 선고되자 그는 웃음을 터뜨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 위로 손뼉을 쳤다.

고심 끝에 내리는 판결… 집행은 법무부 장관 손에

사형이 재집행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사형 집행이 결정되기까지의 과정은 그대로 유지된다. 검찰의 구형이 첫 단계다. 법원의 판결 선고가 검찰의 구형을 토대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전·현직 검사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검찰은 사형을 구형하기까지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다. 검사 재직 시절 사형을 구형해 본 경험이 있는 김후곤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전 서울고검장)는 "범죄의 태양, 피해, 본질을 보는 것이 거의 70~80%고 그 뒤에는 사형을 구형할 것인가, 무기징역을 구형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며 "그때는 조사 과정에서 피고인과 나눈 대화 등을 돌아보고 교화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한다"고 말했다.


구형 뒤에는 판사가 사형을 선고한다. 1~3심의 판단이 모두 같다면 해당 피고인은 판결이 확정되고 사형수가 된다. 판사들 역시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을 선고하는 데에는 어느 때보다 신중을 기한다. 다만 최근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 등 현실성을 고려해 사형보다는 무기징역에 비중을 두는 판사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형이 확정된 뒤 집행 여부는 법무부 장관의 손에 달렸다. 2010년 1월부터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는 '자유형 등에 관한 검찰집행사무규칙' 제8~10조에 따르면, 사형 선고가 확정되면 해당 법원과 관할이 같은 검찰청의 장은 4개월 안에 상급 기관을 거쳐 법무부 장관에게 판결문등본, 사형수의 호적등본 등을 보내 보고한다. 이를 받은 법무부 장관은 사형집행을 명령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검찰청의 검사는 5일 안에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 집행은 사형수가 복역 중인 교정시설을 관할하는 검찰청이 진행하며, 필요시 사형수는 집행시설이 있는 교정시설에서 복역토록 해야 한다. 최근 연쇄살인범 유영철 등이 서울구치소로 이송된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사형수들의 사형 집행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 아래 서울중앙지검이 진행한다.

재집행은 26년 전 방식 그대로… '인권 친화형' 문제 제기될 수도

법무부 및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형이 재집행될 경우 현재로선 26년 전 방식을 그대로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형 집행일이 확정된 후 사형수는 평소대로 수용 생활을 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사형을 앞두고 있다고 해서 생활실, 식사, 운동, 취침 등에 변화는 없다. 사형수가 신청하면 성직자와 면담도 가능하다고 한다. 목사, 스님 등과 만나 자신의 심정을 토로할 수 있다. 사형이 집행됐던 시절, 일부 사형수들은 사형 전날 성직자들 앞에서 자신의 죄를 참회하거나 억울함, 두려움 등을 털어놨다고 한다. 특별한 부탁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사형 당일에도 사형수가 부탁하면 성직자가 동행할 수도 있다.


사형 집행일에는 사형수가 0.9평 정도 되는 집행 공간에 들어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죽음의 순간을 맞이한다. 사형수는 마지막 말을 남길 수 있는데, 최대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집행인들이 배려해주는 편이라고 한다. 마지막 기도를 한 후에는 사형수의 머리에 천을 씌우고 천장에서 내려온 밧줄에 목을 건다. 현행법상 우리 사형제 방식은 '교수형'이다. 그중에서도 사형수가 두 발을 딛고 있는 바닥의 마루가 아래로 꺼지는 '수하식'으로 하고 있다. 사형 집행 때 사형수의 모습은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다. 바닥이 꺼지고 사형수는 목이 꺾여 즉시 사망한다. 이후 교도소장과 검시의는 사망 여부를 확인하고 5분 정도 기다렸다가 밧줄을 풀고 시신을 옮긴다. 보통 시신은 수술대로 옮겨진다. 사형수의 요청에 따라 장기기증을 위한 수술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같은 방식대로 사형이 재집행될 경우, 새로운 논쟁들이 불거질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한다. 한 관계자는 "26년 전 방식이 현재 우리 국민들의 정서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무엇이 '인권 친화적'인 사형 방식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교수형이 바뀔 수도 있다. 외국의 사례를 참조해 독살형 등이 제안될 수 있다. 독살형은 약물을 투여해 체내 장기의 작동을 멈추게 하는 '안락사'의 방식과 유사하다. 미국, 중국, 베트남 등이 독살형 방식을 쓰고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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