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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 제도의 부실화,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수사권 조정 후 고소 제도 부실
더 늦기 전에 실상을 파악하여
정부는 특단의 조치 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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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다. 검사의 수사 지휘권을 배제하고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며
검사의 직접 수사 대상을 6대 범죄로 제한한 조치였다.
과연 수사권 조정은 이를 주도하던 사람들의 생각대로 검사의 수사 독점을 견제하고 경찰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
국민들에 대한 사법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을까?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 같다. 오히려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의 준비 부족 내지 부작용, 시행착오로 인해
일반 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고소 제도의 부실화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 고소 제도는 독특하다.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계약 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관(官)에 갈등 조정을 맡기는
예전부터의 법률 의식과 문화가 고소 제도 활성화를 부추겼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효율적이지 않은 민사 구제 제도의 결함으로 인해
서민들의 피해 구제 제도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한편에서는 인구 비례 대비 일본의 155배에 이르는 고소 문화를 문제 삼으며 수사 기관이 선별적으로 고소를
접수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돈 없는 서민들은 매년 전체 형사 사건 대비 약 30%, 70여 만 건 이상의
고소 사건을 통해 피해를 구제 받는데 활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그만큼 많은 서민들이 고소를 당해 형사 피의자로 입건 되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서민 분쟁의 가장 큰 장(場)인 고소 제도는 결코 무시되거나,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될 것이다.


수사권 조정 이후 고소 제도는 얼마나 부실화 되었는가


한마디로 수사권 조정 이후 고소 제도는 망가질대로 망가져 기능을 상실하기 일보직전이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을 지경이다.
우선은 과거와 같은, 신속한 수사를 통한 권리 구제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경찰청의 통계 상으로 수사권 조정 이전인 2017년 경찰의 평균 형사 사건 수사 기간이 43.9일에서 수사권 조정 이후인
2022년에는 67. 7일로 평균 23일 가량 수사 기간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형사 사건 전체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일 뿐이다. 2022년 4월 전국 변호사 1115명을 대상으로 변호사들이 경험한
경찰 고소 사건 처리 기간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자. 3개월 이내는 1.5%에 불과했다.
6개월 이내 22.1%, 1년 이내 44. 1%, 1년 이상 32.3%였다. 고소를 제기하면 언제 결론이 날지 도무지 예상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또 수사결론에 대한 불만족과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졌다.

수사권 조정 첫 해인 2021년 2132건이던 경찰의 수사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건수는 2022년 1월부터 8월까지에만 2119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경찰 수사를 받는 고소인과 피의자의 기피 신청이 2020년 3520건에서 2021년 4573건으로 1000건 이상 늘었다.
기피 신청의 이유도 ‘수사의 공정성 의심’이 63.4%(3068건)으로 가장 많았다. 요즘 고소를 제기한 경험을 가진 변호사들은 도무지 결론에
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하소연이 지배적이다. 과거와 같이 법률 전문가인 검사의 관여가 없는 상황에서
법리적으로 무리한 기소의견 송치나 무혐의 취지의 불송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수사 절차의 혼란도 서민들의 괴로움을 가중시킨다. 심지어 고소장 접수 단계부터 민사 사안이라는 이유로 접수를 거부하거나,
검찰에서는 6대 범죄가 아니라는 이유 또는 직접 수사에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고소장 접수를 거절하거나, 경찰로 이송해 버리는 사례도 있다.

경찰에서는 고소 사건의 처리 과정을 알려주지 않을 뿐 아니라, 불송치 사건에 대해서 의견서 작성을 부실하게 하거나,
불송치 사유를 고소인에게 알려주지 않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서민들은 수사권 조정 이후에 고소를 어디에 해야 할지도 모르고, 고소를 해 놓아도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모르며,
결과도 납득이 되지 않는데 불복 방법도 마땅치 않고, 수사 기간은 지나치게 많이 걸린다고 한다.
요즘 변호사 사회에서는 “억울한 고소인의 대리인이 되기보다 죄 지은 피고소인의 대리인이 되는 것이 낫다”는
자조가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거악을 척결하는 부정부패 수사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의 약자인 서민들이 법적 피해를 구제 받기 위해
주로 이용하는 갈등 해결 제도도 그만큼 중요하다.
그 제도가 부실해져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면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정부는 고소 제도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여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동열 대표변호사(법무법인 로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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