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의 기술과 영업비밀 유출, 발생하기 전에 점검해야 할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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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술, 영업비밀을 취급하는 직원을 상대로 유출에 관한 위약벌 조항이 포함된 계약을 하는 등
사전에 제도적 방지책을 마련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은 기술 유출 등을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법정에서 기술유출 이슈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휴대폰에 카메라가 처음 장착되었던 20여 년 전,
대기업의 휴대폰 품질 체크리스트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된 사건을 필자가 지방검찰청에서 수사할 때도 그랬다.
앞으로도 AI, 2차전지, 바이오 등 기술집약 산업이 더 산업의 중심축이 될 것이고, 당연히 기술과 영업비밀 유출에 대한 법정 공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먼저 2024년 1월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기술유출 현황을 보면, 지난해까지 4년간 해외 기술유출 건수는 총 96건이었다.
2019년 14건, 2020년 17건, 2021년 22건, 2022년 20건, 2023년 23건이었다.
유출된 산업기술(산업기술보호법 제2조 제1호) 중 정부가 핵심기술로 지정했던 국가핵심기술(제2호 제2호)만 33건이었다.
산업자원부와 국가정보원의 자료에 의하면, 해외유출 대상 기술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순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해외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기업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55%로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아직까지 해킹에 의한 기술적 유출이 아닌 재직자 등 인적 유출이 가장 많았다는 사실이다.
즉 중소기업이 소속 전·현직 직원에 의해 기술유출 피해를 많이 입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와 함께 2022년 특허청이 국내기업 8269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영업비밀(제2조 제2호)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76.8%, 영업비밀 유출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기업은 불과 1%에 그쳤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갖가지 영업비밀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유출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얘기이다. 이는 영업비밀을 보유한 기업들이 그 유출을 남의 일로만 생각하고 기업내에서 사전에 이를 대비하지 않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영업비밀 유출도 기술유출과 마찬가지로 재직자,외부인에 의한 유출이 51.2%로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기술유출, 영업비밀 유출사건의 법정 공방을 경험한 법조인이라면 사전에 기업에서 관련 제도적 조치를 했다면 예방되지 않았을까,
법정 공방의 소지가 줄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쯤 했을 것 같다.
그러한 기업내 사전방안 중 하나는 산업기술, 영업비밀을 취급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그 유출에 관한 위약벌 조항이 포함된 계약을 해 두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기술과 영업비밀을 유출하지 않겠다는 추상적인 내용의 서약서만
직원들로부터 받으면서 그 도덕적 양심에만 의존하는 것을 법정에서 쉽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유출 위반 그 사실 자체로 상당한 금액의 위약벌이 계약형태로 미리 정해진다면 유출의 유혹에 노출된 직원에게는 그 위약벌이 유출에 따른 비용으로 계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예방적 효과도 있고,
그 손해액을 따로 산정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둘째, 기업내에서 산업기술과 영업비밀 자료 그 자체를 객관적으로 표시, 분류해 두고, 이에 대한 사내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은 비공지성(비밀성), 비밀유지성(비밀관리성), 경제적 유용성의 요건을 요구하고, 산업기술보호법상 산업기술은 이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도12266 판결 등). 하지만 많은 사건에서 그 유출자들은 그 대상이 산업기술인지 몰랐다거나 영업비밀이 아니었다는 등 그 대상의 성격부터 다투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욱이 영업비밀의 경우, 하급심에서부터 문서에 영업비밀 표시가 없었고, 영업비밀 취급에 대한 사내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유출된 정보가 영업비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 사례
(대구지법 김천지원 2022. 2. 9. 선고 2020고단392판결, 광주지법 목포지원 2023. 1. 19. 선고 2021고합148 판결 등)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영업비밀의 요건인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에 대한 다툼도 항상 있기 때문에 이를 보유한 기업에서 마냥 영업비밀을 철저히 보유만 해서는 안된다. 기업에서 주기적으로 관련 시장 정보를 분석,
해당 영업비밀과의 비교를 통해 위 속성이 유지되고 있는지 체크한 뒤, 자료로 보존해야 향후 논란을 줄일 수 있다.
이 밖에도 이러한 사건의 여러 법정 공방의 쟁점들을 교훈으로 이를 기업에서 사전에 대비하고, 제도적으로 마련할 사항들이 많다. 결국 해킹 등 물리적인 기술 탈취를 예방하기 위해 기업에서 보안장치를 점검받고, 강화하는 것처럼
영업 비밀은 법률가들에 의해 그 상태를 점검받고 보완 받아야 할 영역인 것이다. 기업은 기술 유출 등을 더 이상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실제 사고가 터졌을 때 장기간 법정 공방으로 가슴앓이를 하지 않으려면 사전에 제도적 방지책을 마련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손영배 대표변호사(법무법인 로백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