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감사위원회가 제구실하려면…

상장회사의 감사위원회는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중요한 제도이다. 상법은 상장회사 중 자산총액 1000억 원 이상인 경우 상근감사 또는 감사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자산총액이 2조 원 이상인 경우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사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되어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상태에서 감사 기능을 수행할 것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감사위원회가 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감사위원회 구성의 본질적 한계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감사위원회 위원인 사외이사는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지 않는 비상근 직책으로, 회사 내부의 일상적인 업무 흐름에 깊이 관여하지 못한다. 사외이사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심의·의결하는 역할을 맡지만, 회사 내부의 구체적 상황이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이로 인해 감사위원회가 구체적인 업무를 감시하고, 내부 문제를 파악하는 데 있어 한계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조한 나머지, 오히려 그 기능이 약화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사외이사의 재임 기간 제한도 문제로 꼽힌다. 상법은 사외이사의 재임을 동일 회사에서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사외이사가 장기 재임하면서 경영진과 유착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다. 하지만 감사위원회와 같은 특수한 기구에서는 이러한 제한이 역으로 전문성과 연속성을 저해한다.
재임 6년 이후 감사위원회에서 쌓은 전문성과 경험이 단절되는 것은 감사 기능에 중대한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도 사외이사의 재임 기간 제한은 우리나라보다 유연하게 운영되고 있다. 미국 주요 기업 중 대부분은 재임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영국과 홍콩은 권고 차원에서 9년을 제시하고 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각각 12년으로 규정하고 있어, 장기 재임을 통한 전문성 강화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감사위원회 위원에 대해서는 임기 제한을 완화하거나 예외를 두는 방안이 필요하다.
감사위원회와 내부감사부서 간의 연계 부족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대부분의 상장회사에서 내부감사부서는 대표이사의 직속 부서로 운영되며, 감사위원회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해 내부감사부서가 감사위원회에 독립적으로 보고를 하거나 협력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내부감사부서는 대표이사의 통제 아래 운영되기 때문에, 대표이사나 주요 경영진의 비위나 실책을 제대로 감사하고 이를 보고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감사위원회가 내부감사부서의 활동을 통해 효과적인 감사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한국ESG기준원이 제시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은 감사위원회가 내부감사부서의 인사권 및 평가권을 가지고, 내부감사활동을 지속적으로 감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준이 실제로 적용된 상장회사는 극히 드물다. 감사위원회가 내부감사부서를 직접 통제할 권한을 가지지 못한다면, 내부감사부서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이는 감사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상장회사의 감사위원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사외이사의 임기 제한을 완화하거나, 감사위원회 위원에 대해서는 예외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감사위원회가 내부감사부서의 인사권과 업무 평가 권한을 가지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내부감사부서를 대표이사의 통제에서 벗어나 감사위원회의 감독 아래 두는 것은 감사 업무의 독립성과 실효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회사 내규를 통해 감사위원회가 내부감사부서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감사위원회는 상장회사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구이다. 그러나 현재의 제도적 한계로 인해 그 역할이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감사위원회가 실질적인 감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내부감사부서와의 유기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감사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상장회사의 지속 가능성과 기업 지배구조의 선진화를 이루는 데 기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