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식 토큰화' 전략, ‘美 안정 vs EU 혁신'
주식 등 실물 자산을 디지털 증권으로 변환하는 ‘주식 토큰화’를 놓고 글로벌 금융 선진국들의 전략적 선택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미국과 홍콩이 검증된 금융 시스템 안으로 블록체인을 끌어들이는 ‘점진적 수용’ 전략을 택한 반면 유럽연합(EU)과 영국은 파격적인 규제 유예를 통해
시장의 판을 새로 짜는 ‘혁신 실험’에 베팅하는 모양새다.
법무법인 로백스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디지털 자산이 제도권 금융의 표준으로 자리 잡는 중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기존 틀 유지하는 美·홍콩...규제 파괴 선언한 EU·영국
미국과 홍콩의 전략은 ‘법적 안정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 등록 브로커-딜러와 대체거래소가 중개를 맡고 명의개서 대리인이 주주명부를 관리하는
기존 금융 인프라를 그대로 유지한다. 이 견고한 틀 위에 분산원장기술(DLT)이라는 새로운 엔진을 얹어 효율성만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홍콩 역시 비슷한 궤를 그리고 있다.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프로젝트 앙상블’을 통해 토큰화 예금과 도매형 디지털 화폐를 결합,
은행 간 실시간 결제 시스템을 시험 중이다. 일반 투자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상품 분류 체계를 간소화하는 등 대중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로백스 김단 변호사는 “미국과 홍콩은 이미 구축된 신뢰 자산인 금융 인프라 안으로 블록체인을 녹여내고 있다”며 “검증된 규제 틀 안에서 안정적으로
시장을 키우겠다는 실리적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EU와 영국은 규제 유예라는 보다 공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EU의 ‘DLT 파일럿 레짐’이 대표적이다.
이는 중앙예탁기관의 장부 기재 의무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주고 거래와 결제를 하나의 통합 인프라에서 처리하도록 허용하는 파격적인 조치다.
나아가 유럽 시장감독청(ESMA)은 투자자가 제3의 수탁기관 없이 직접 자산을 관리하는 ‘비수탁형 지갑’ 도입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영국은 한 발 더 나아가 법적 개념 자체를 재정의 중이다. 영란은행과 금융감독청(FCA)은 디지털 증권 샌드박스를 통해 디지털 자산을 ‘제3의 재산 유형’으로 명문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리히텐슈타인과 스위스는 이미 관련 법을 제정해 토큰을 독립적인 법적 객체로 인정하며 글로벌 디지털 금융 허브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모양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