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의 내부통제가 곧 법률 자문의 신뢰도다
최근 기업 경영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사이버 보안과 컴플라이언스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끌고 있지만, 동시에 사이버 공격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공격 수법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 보안 사고는 단순한 시스템 장애를 넘어 핵심 기술 유출, 개인정보 침해, 막대한 과징금 부과와 같은 경영 위기로 직결된다.
특히 기업의 소송 자료, 인수합병(M&A) 관련 문서, 기술 정보, 영업비밀 등을 다루는 로펌과 사내 법무 조직은 사이버 범죄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법률 서비스의 본질이 고객의 신뢰에 있는 만큼, 정보 유출은 단순한 보안 사고가 아니라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와 전문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기술 보호와 사이버 보안을 자문하는 법률 서비스의 역할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과거에는 법률 규정과 판례를 중심으로 리스크를 분석했다면, 이제는 실제 기술 환경과 보안 체계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효과적인 법률 자문을 제공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이 분야를 다루는 법률가라면 법률적 관점뿐 아니라 기술적·관리적 통제 체계에 대한 이해를 갖춰야 한다.
보안 거버넌스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보안 사고 발생 시 기업이 가장 먼저 입증해야 하는 것은 사고 자체가 아니라 사전에 상당한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다. 단순히 보안 솔루션을 도입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은 서버와 네트워크, 업무용 PC는 물론 웹·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개인정보 보호체계 전반에 대해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취약점 점검 절차를 갖춰야 한다.
최근 수사기관과 감독기관은 사고 발생 이후의 대응보다 사고 이전에 어떠한 예방 조치를 취했는지를 더욱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 결국 평상시의 보안 거버넌스 수준이 법적 책임의 범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영업비밀 보호의 핵심은 ‘비밀관리성’
우리 법원은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기술의 가치 자체보다 해당 정보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되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아무리 중요한 정보라도 구성원 개인의 PC나 외부 저장장치에 무분별하게 저장되어 있다면 비밀관리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이제 기업의 정보 관리는 ‘그 누구도 믿지 않고 항상 검증한다’는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원칙을 기반으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데이터 생성부터 저장, 공유,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접근 권한과 이용 이력을 관리하고, 문서의 중앙화와 암호화를 통해 통제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기술 보호의 출발점은 첨단 보안 장비가 아니라 체계적인 정보 관리 체계에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적 리스크에 대한 통제가 곧 내부통제의 완성
대부분의 보안 사고는 외부 해킹 기술보다 사람의 실수에서 비롯된다. 피싱 이메일, 계정 탈취, 내부자의 정보 유출 등 많은 사고가 임직원의 부주의나 보안 인식 부족과 연결된다.
따라서 보안 교육 역시 형식적인 연례행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실제 사례를 반영한 모의훈련과 직무별 맞춤형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보안 준수를 조직 문화로 정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법인의 책임 여부가 문제 되는 사건에서도 임직원에 대한 교육과 감독 체계는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사이버 위협에 대한 대응은 더 이상 정보보호 부서만의 과제가 아니다. 경영진, 법무 조직, 정보보안 담당 부서가 함께 참여하는 전사적 내부통제 체계가 요구된다. 특히 기술 유출과 개인정보 보호 이슈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에 법률 서비스 역시 기존의 법률 해석 중심에서 벗어나 기술과 보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화해야 한다.
결국 기업의 신뢰는 위기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 구축한 내부통제 체계에서 비롯된다. 로펌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고객의 가장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법률 전문가가 스스로 엄격한 보안 기준을 갖추고 실천할 때 비로소 기업에 대한 법률 자문의 신뢰도도 높아질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법무법인 로백스는 산하 기술보호센터를 중심으로 최근 보안전문기업 파수 AI와 손잡고 자체 내부 보안 강화 프로젝트를 시행해 내부 보안 거버넌스를 강화했다. 로펌 스스로가 내부 통제 체계를 직접 구동하고 시스템 도입의 법적 효용성을 검증해 보아야만, 위기 상황에 처한 기업 고객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방어 전략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이버 위협이 일상화된 시대, 내부통제는 단순한 경영 관리 수단이 아니라 신뢰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이 되고 있다.
성상욱 대표변호사(법무법인 로백스)
출처 : 법률신문(https://www.law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