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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인터뷰] 전직 회생법원장 "회생절차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인 불이익, 고쳐야"

올해 국내 자본시장 최대 화두 중 하나는 '기업회생'이다. 한때 몸값이 7조원을 넘었던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를 이어가며 격랑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앙미디어그룹 계열사들이 나란히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기업의 규모로 보나 피고용자·이해관계자의 규모로 보나 사회적 파장이 상당한 사건들이다.

홈플러스와 중앙그룹의 규모가 워낙 커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을 뿐, 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은 매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14개 법원에 접수된 회생합의사건 수는 총 731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642건)에 비해 14% 증가한 규모다. 회생 신청이 더 이상 일부 부실 기업만의 예외적인 선택지가 아닌 만큼, 기업과 채권자 모두 회생절차의 본질과 법원이 중시하는 판단 기준을 정확히 이해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올해 2월까지 수원회생법원장을 지낸 김상규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는 지난 15일 조선비즈와 만나 "대주주와 담보권자 중 어느 쪽도 회생 기업에 신규 자금을 투입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며 "담보권자는 채권 회수 가능성을, 주주는 투자자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만큼 회생의 성패는 특정 주체에 책임을 묻는 것보다 각 이해관계자가 자금 투입에 참여할 유인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최근 홈플러스의 회생 과정에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담보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2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 조달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또 JTBC가 추진 중인 자율구조조정지원 프로그램(ARS)에 대해서는 "만약 ARS 기간 안에 채권자들과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쟁점을 정리했다면 이후 사전회생계획안(P-플랜)을 마련해 회생절차를 신속하고 원활하게 마무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최근 기업회생 절차는 과거와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는지.

"과거에는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고 회생계획을 인가한 뒤, 기업이 계획에 따라 채무를 변제하는 긴 과정을 거쳤다. 회생계획을 이행하기 어려워진 뒤에야 탈출구로 M&A나 신규 투자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그 중심이 앞쪽으로 이동했다.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하고, 필요한 자산을 매각하거나 DIP 파이낸싱을 통해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작업을 회생절차 초기부터 병행한다. 채무자 입장에서는 채무조정과 사업 구조조정을 빨리 시작할 수 있게 됐고, 채권자 입장에서는 변제율을 높이면서 더 이른 시점에 변제받을 가능성이 생겼다. 과거보다 시장 친화적인 방향으로 회생절차가 바뀌고 있다고 본다."


─홈플러스의 경우 2000억원의 운영자금 조달 여부가 관건이었는데, 법원이 결국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인터뷰 이틀 뒤인 17일, 메리츠가 2000억원 지원을 결정하며 상황이 극적 반전을 맞았다). 법원은 회생 자금의 조달 가능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궁금하다.

"당연히 자금이 실제로 조달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충분히 입증돼야 한다. 단순히 '돈을 빌려줄 의향이 있다'거나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투자할 수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대출의향서나 투자확약서를 제출했다고 해서 법원이 무조건 자금 조달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조건이 붙어 있는지, 해당 문서를 발급한 사람이 실제 대출이나 투자 실행을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는지, 선행 조건을 현실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지, 실제 자금이 존재하는지 모두 살펴야 한다. 명칭이 확약서라고 하더라도 내용이 사실상 조건부 의향서에 가깝다면 증명력이 떨어질 수 있다.

예금잔액증명서나 유가증권 잔고증명서, 금융기관이 발급한 대출확인서처럼 자금의 실체와 실행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료가 중요하다.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증빙과 실제로 그 자금을 회생기업에 투입하겠다는 법적 구속력도 함께 확인돼야 한다.

회생기업 M&A에서도 이런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해외 투자자가 회생기업의 인수자로 나설 경우 자금의 실체가 있는지, 해당 자금을 국내 거래에 투입할 수 있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자금 증빙을 요구했지만 결국 아무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인수예정자의 지위가 취소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홈플러스의 경우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담보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 사이에서 누가 신규 자금을 부담해야 하는지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법적으로 책임을 부담하는 주체가 따로 있는지.

"담보권자가 회생기업에 추가 대출을 제공할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 담보권자는 채권 회수 가능성과 추가 대출의 위험을 따져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할 때 자금을 제공한다.

대주주도 마찬가지다. 주주와 회사는 법적으로 구분돼 있기 때문에, 주주가 보유 지분을 넘어 회사 채무를 부담하거나 신규 자금을 투입해야 할 의무가 당연히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책임이나 도의적 책임의 문제는 제기될 수 있지만, 법적 책임과는 구분해야 한다. 각 이해관계인은 자신의 법적 지위와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해서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회생절차의 역할은 특정 이해관계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 주주와 담보권자, 신규 자금 제공자의 이해관계를 조율해 회사의 정상화에 참여할 유인을 만드는 것이다."


─홈플러스처럼 근로자와 협력업체가 많은 기업은 파산 시 사회적 파장도 크다. 법원이 회생절차 지속 여부를 결정할 때 이런 공익적 요소를 어느 정도까지 고려하는지 궁금하다.

"법원도 고용과 협력업체, 입점업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매우 중요하게 고려한다. 홈플러스처럼 규모가 크고 이해관계인이 많은 기업의 회생 여부를 판단하면서 사회적 파장을 외면할 수는 없다. 홈플러스에 여러 차례 기회를 부여한 것도 어떻게든 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가장 우선시돼야 하는 기준은 회생계획의 수행 가능성과 계속기업가치다. 운영 자금이 부족해 영업 자체를 지속하기 어렵고, 자금조달 가능성도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회생절차를 계속 연장하면 기업가치가 더 훼손될 수 있다. 그러면 채권자뿐 아니라 근로자와 협력업체의 피해도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중앙그룹은 다른 계열사들이 회생절차에 들어간 반면 JTBC는 ARS를 진행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다고 해서 모든 계열사가 동일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계열사마다 보유 자산과 부채 규모, 채권자 구성, 사업 구조와 회생 가능성이 다르다. 어떤 계열사는 법원의 회생절차가 적합할 수 있고, 어떤 회사는 ARS나 워크아웃을 통해 채권자들과 자율적으로 채무를 조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다만 중앙그룹처럼 계열사 간 지급보증과 자금 대여, 사업상 거래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경우에는 각 회사의 절차를 완전히 분리해서만 볼 수 없다. 특정 회사의 채무를 조정하는 방식이 다른 계열사의 재무상태와 회생 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회사에 적합한 절차를 선택하되, 최종적으로 회생계획이나 채무조정안을 만들 때는 그룹 전체의 자금 흐름과 이해관계를 통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어느 한 계열사의 이해관계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방식으로 부담을 전가해서도 안 된다. 법원과 채무자, 자문사들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본다."


─ARS는 어떤 기업에 적합한지, 또 ARS가 성과를 내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궁금하다.

"ARS는 회생을 신청한 기업에 포괄적 금지명령 등을 통해 강제집행 위험에서 벗어날 시간을 주고, 그동안 채무자와 주요 채권자들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 방안을 협의하도록 하는 제도다. 통상 짧은 기간 안에 채권자들과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절차는 아니다.

ARS는 채권자 수가 많지 않고 이해관계가 비교적 단순할 때 성공 가능성이 높다. 핵심 자산을 매각하거나 M&A를 추진할 구체적인 계획이 있고, 신규 투자자나 자금 제공자가 어느 정도 확보돼 있다면 채권자들에게 '조금만 시간을 주면 거래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설득할 수 있다.

반대로 채권자가 많고 담보 여부나 변제 순위가 제각각이거나 각 채권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 단기간에 합의하기 어렵다. 자산 매각이나 신규 자금 유치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아도 채권자들이 기다려줄 명분이 약해진다.

JTBC는 방송사라는 사업적 특수성이 있고, 중앙그룹의 다른 계열사와는 자산과 채권자 구조도 다를 수 있다. 독자적인 투자 유치나 매각 가능성을 토대로 주요 채권자들과 협상할 여지가 있다면 ARS가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중앙그룹 전체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관련 금액도 큰 만큼 상당히 치밀한 협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ARS 기간 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ARS에서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일반적으로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리고 통상적인 회생절차를 진행한다. 반대로 합의에 성공하면 채권자들과 자율적으로 채무조정을 마친 뒤 회생 신청을 취하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합의가 불발된다고 해서 ARS가 무의미한 건 아니다. 채무자와 채권자들이 협상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핵심 쟁점을 정리했다면, 이후 회생계획을 마련하거나 채권자 동의를 얻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ARS에서 진행한 협의를 바탕으로 사전회생계획안인 P-플랜을 마련할 수도 있다. P-플랜은 회생절차 개시 전에 주요 채권자들과 회생계획의 내용을 미리 협의하고 일정한 동의를 확보한 뒤 법원에 계획안을 제출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회생절차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콘텐트리중앙과 SLL중앙의 사례처럼 모회사만 기업회생에 들어가고 자회사는 회생을 추진하지 않는 경우, SLL중앙 투자자들의 권리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회생절차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회생절차가 개시된 회사에만 미친다. 모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고 해서 절차 밖에 있는 자회사의 주주나 채권자, 재무적 투자자의 권리가 자동으로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투자계약과 담보계약의 내용에 따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SLL중앙 투자자가 SLL중앙 주식을 담보로 보유하고 있다면, SLL중앙 자체가 회생절차에 들어가지 않은 이상 그 담보권은 모회사의 회생절차와 직접적으로는 별개다. 물론 모회사의 위기가 자회사의 영업과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면 담보가치가 간접적으로 하락할 수 있지만, 회생절차 자체가 담보권을 바로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 투자자가 담보로 받은 자산이 회생절차에 들어간 콘텐트리중앙의 주식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상장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주가가 하락할 수 있고, 회생계획에 따라 기존 주식에 대한 감자나 신주 발행, M&A 등이 진행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주식의 가치와 지분율이 조정되기 때문에 담보가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모회사가 보유한 SLL중앙 지분이 회생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면, 해당 지분을 어떻게 처분하거나 활용할지가 회생계획의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절차 밖에 있는 투자자의 권리가 직접 정지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모회사의 지분 매각이나 회생계획과 투자자의 계약상 권리 행사가 서로 영향을 주게 된다. 결국 이해관계인들 사이의 협의와 조정이 중요하다."


─우리 기업회생 제도에서 가장 시급하게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회생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제도적 불이익이 아직 남아있다. 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신용과 대출, 거래 관계 등 여러 측면에서 제약을 받는다. 이런 부담 때문에 기업들이 조기에 구조조정을 신청하지 못하고 상황이 상당히 악화된 뒤에야 법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회생절차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인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

DIP 파이낸싱 시장도 활성화해야 한다. 아무리 사업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라도 회생절차에서 필요한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살아날 수 없다. 신규 자금 제공자가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적 안정성을 높이고, 민간 금융회사와 구조조정 전문 투자자들이 회생기업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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