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의 기업과 사법>

사내 변호사(in-house counsel)는 기업에 고용되어 기업 내부의 법률 자문 업무를 맡는 변호사를 말한다. 최근 기업에 근무하는 사내 변호사가 4,000명을 넘어섰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국내 변호사 숫자가 약 3만1,000여 명 정도이니, 변호사 10명 중 1명은 사내 변호사인 셈이다. 사내 변호사라는 말이 법조계에서 통용된 것은, 변호사들이 본격적으로 기업에 취업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기업 경영과 관련된 법률 수요가 증가한데다 사법시험 합격 인원 증가 등으로 변호사 숫자가 늘어난 것이 원인일 것이다.
과거에는 사내 변호사들이 주로 근무하는 법무·컴플라이언스팀은 기업 내부에서 백 오피스(back office)의 하나로만 취급돼왔다. 즉 과거에는 '현업을 보조하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중대 재해, ESG 등 새로운 법률 리스크가 증대하고 투자, M&A(인수·합병) 등 법률전문가의 업무영역이 확장되면서 기업 법무팀의 위상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법률 리스크가 노사 갈등이나 소송 등으로 비화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기업으로서는 큰 이득이기 때문이다. 특히 집단소송 등의 위험이 큰 금융기업, 법률 리스크에 대한 점검을 중시하는 대기업이나 외국계 회사들은 법무팀의 규모를 키우고 고위 직급을 법무 담당자로 배정하는 등 법무 조직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사내 변호사의 주가도 날이 갈수록 오르고 있다. 판사나 검사 출신뿐만 아니라 대형 로펌에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변호사들부터 로스쿨을 갓 졸업한 새내기 변호사까지 대거 기업 법무팀으로 몰리면서 실력 있는 송무 변호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젊은 세대들이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겠으나, 사내 변호사의 역할과 처우가 그만큼 좋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 사내 변호사는 그 숫자나 역할에서 아직도 한참 못 미친다. 특히 사내 변호사의 확대는 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자금 사정이 여의찮은 스타트업(start-up,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사내 변호사를 둘 엄두를 내지 못할 뿐 아니라 외부 변호사로부터도 제대로 된 법적 조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타트업은 마치 성장하는 생물과 같아서 성장 과정에서 많은 시련과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스타트업은 신기술과 창업 아이디어를 무기로 기존 시장 및 질서와 갈등하고 반목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시장 파괴적인 특성이 있어서 끊임없이 기존 시장구조 및 법질서와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러한 법규제와의 갈등을 피하려고 우리나라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 등을 이용해 스타트업의 활로를 터 주려 노력하고 있지만, 그 한계 또한 명확하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기업활동 과정에서 각종 민사 또는 형사적인 사법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사업 아이템이 현행 법제하에 허용되는 것인지, 최초 투자를 받거나 동업을 할 때 지분구조 등 지배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직원 채용, 기술 보호, 투자금 회수(EXIT)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많은 법률문제에 대해 면밀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법률 리스크는 선제적이고 예방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다. 문제가 발생하고 나면 대처하기도 어렵고 손실도 커지기 때문이다. 기초설계가 부실할 경우 사후적으로 바로 잡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거나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 창업 초기부터 적극적인 법적 자문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작년 기준으로 벤처·스타트업은 3만6,209개 사이고 이들의 고용 인원은 76만4,912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한 해 혁신 벤처·스타트업들은 코로나19라는 혹독한 여건 속에서도 우리나라 전체 대비 3배가 넘는 고용증가율로 고용을 크게 늘렸고 청년·여성들에게도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였다. 최근 벤처투자와 펀드의 증가세, 유니콘 기업의 증가 등 벤처·스타트업이 우리 경제의 중심축이 되어 가고 있다. 스타트업들이 법률 리스크 때문에 중간에 좌초되지 않고 계속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 경제의 성장 해법이 될 수 있다. 스타트업들이 법률전문가를 '주치의' 또는 '가정의'처럼 늘 가까이 두고 큰 비용 부담 없이 수시로 법적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정부의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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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울산경제신문(http://www.ulkyung.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