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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법과 문학에 관한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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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거창지청장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그때만 해도 달마다 '월례조회'를 했다. 그달의 우수 검사와 직원들을 선발하여 포상하고, 새로운 제도나 대검의 지침을 교육하고, 마지막으로 지청장이 청 운영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당부를 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작은 청이라 매달 조회를 통해 전달할 특별한 현안이 없었다. 행사를 안 할 수는 없어서, 꾀를 내어 그 시간을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재미있는 시간으로 바꿔보기로 했다. 트윈폴리오, 올리비아 뉴턴 존 등의 팝가수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거창 통기타동호회원들을 초대하여 라이브 공연을 선보이기도 하였는데, 엄숙한 월례조회만 경험한 직원들이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가 점차 흥미를 갖게 되었다.

내친김에 지역에서 활동 중인 신승열 시인을 검찰청으로 초대하기로 하였다. 그와 친구가 되어 막걸리를 마시던 중 중학생 아들이 사춘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 아들과 친구들을 불러서 '준법'에 대한 강의를 해주었는데, 바짝 얼어서 검찰청에 들어왔다가 나중에는 책 한 권씩 받아 들고 웃으며 돌아간 아이들 얼굴이 기억난다.

신 시인에게 신세를 갚으라며 검찰청 강연을 요청하였다. 검찰은 매우 엄숙하고 딱딱한 조직인데, 문학과 예술을 통해 그 딱딱함을 해소하고 스트레스도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 시인께서 검찰청 강연은 처음이라 난감해하면서도 승낙을 해주어 강연이 성사되었다. 본인의 시 '내 마음에 굴참나무가 산다' 등의 시를 소개하고 시를 썼을 때의 감정들을 풀어내어 재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날 두 가지 장면이 또렷이 기억에 남는데, 하나는 시인께서 '문학과 검찰의 닮은 점'을 소개한 것이다. 도대체 문학과 검찰은 양립할 수 없는 '적과의 동침' 같은 말이어서, 어째 닮은 점이 있을까 했는데, 시인답게 그 지점을 잘 찾아내어 알려주셨다.

닮은 점은 이렇단다. 첫째, 딱딱하고 어렵다. 둘째, 그래도 자기는 재미있는 줄 안다. 셋째, 사건이 중요하다. 넷째, 한번 시작하면 때려치우기 어렵다. 다섯째, 그래도 폼 난다. 여섯째, 겉과는 달리 속에는 열정이 가득하다.

문학과 검찰의 닮은 점을 찾아낸 시인의 창의력에 감탄하며, 직원들과 흥미롭게 강연을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하나의 장면은 자작시 소개 코너였다. 대체로 그렇듯이 직원들에게 자작시를 써보라고 하는 등 유별난 제안을 하게 되면, 새까만 후배가 그 총대를 짊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청장의 갑질에 피해를 본 직원은 초임 수사관이었는데, 확정된 벌금을 집행하러 다니며 느낀 감정을 시로 썼다.

제목은 '어쩔 수 없어요'. 제목에서 난감(難堪)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벌금 70만원이 확정되어 수배 중인 사람을 찾아내어 갔더니,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기도 벅찬 환경이어서 도저히 벌금을 낼 수 없는 형편이었단다. 하지만, 벌금이 확정된 사람이라 노역장 유치집행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느낀 감정을 위 시를 통해 풀어낸 것이었다. 법 집행의 엄정함과 인간으로서의 연민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었던 초임 수사관의 마음이 느껴졌다.

따듯한 마음을 가진 그는 이제 10년 차를 훌쩍 넘긴 베테랑 검찰수사관이 되었다.




[김후곤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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