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갈등으로 치닫는 '수사준칙 개정안'… 반응은 극과 극
법무부가 검찰의 보완수사 참여와 송치 요구 권한 등을 강화한 '수사준칙 개정안'을 지난 1일부터 입법예고하자 현장에선 '갑론을박'이 뜨겁다. 최근 검찰과 경찰 사이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이 논쟁은 입법예고가 끝나는 다음달 11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경찰이 보완수사를 전담한다'는 원칙을 지우고 검찰과 경찰이 사건의 특성에 따라 분담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히 검찰에서 사건 수리 후에 한 달이 지난 사건, 상당한 수사가 이뤄진 사건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도록 했다. 수사 지연을 막기 위해 검찰은 한달 안에 보완수사요구 여부를 결정하고, 경찰은 3개월 안에 이를 이행하도록 했으며,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했을 때 경찰은 3개월 안에 수사해야 한다. 경찰이 검찰의 재수사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는 검찰이 사건을 받아서 마무리할 수 있다. 경찰의 고소·고발 반려 제도를 폐지하고 수사기관이 고소·고발장을 의무적으로 접수토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법조계는 긍정적… "'업무 과중' 경찰도 원했다"
사실상 검찰의 수사 권한이 확대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지만, 법조계와 학계의 대체적인 시각은 긍정적이다. 다수의 전문가는 본지에 "수사의 시한을 둬서 빨리 마무리하자는 취지의 개정안으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과는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검수원복'으로 평가하는 것은 '확대해석'이란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검·경협의체 전문가·정책위원 협의회에 참석한 정웅석 서경대 법학과 교수는 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수사를 안 할 땐 검찰이 받아서 하는 건 경찰이 주장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무부의 수사준칙 개정안은 경찰의 요구사항도 반영된 결과물이란 것이다.
이는 경찰이 현장에서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는 실상과 관련 있다. 검찰에선 보완수사 요구가 내려오고, 새로운 사건은 계속 들어오니까 경찰은 위아래로 치이고 수사는 자꾸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경찰은 협의체에서도 검찰이 일정 부분 재수사, 보완수사를 맡아서 해줬으면 하는 입장을 견지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교수는 "개정안은 결국 수사를 빨리하자는 실무의 문제인데 검수원복으로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수사가 지연되면 고발인은 답답해하고 피고발인도 수사가 빨리 마무리되지 못해 불편한 상황이 지속돼 국민들만 힘들게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형사사건 관계인들을 대리하는 일선 변호사들은 이번 개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들이 돕는 의뢰인들은 최소 1년 이상 경찰과 검찰 사이에서 수사가 지연돼 피해가 막심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변호사로 의뢰인을 만나보니 폐해가 더 심각하다"며 "검수완박법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의뢰인들은 사건 처리가 너무 느리다고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말 아끼는 경찰… 내부는 '부글부글'
이번 개정안으로 외형상 검찰 수사권한이 넓어진 점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야당과 경찰의 비판은 여기에서 나온다.
최강욱 등 더불어민주당 내 의원 모임 '더새로포럼'은 지난 7일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무력화해 명백한 무혐의 사안도 검찰이 마음먹기에 따라 기소될 수 있게 된다", "검찰과 경찰 간 강제적 협의권을 모든 수사로 확대해 검찰이 언제든 경찰 수사에 관여할 수 있도록 했다"라며 법무부의 수사준칙 개정으로 "무소불위의 검찰 수사권이 부활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준칙 개정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본지에 "아직 시행 전이어서 입장을 내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경찰 내부는 들끓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오른 수사준칙 관련 게시글에는 경찰 소속으로 보이는 이용자들이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댓글들이 대부분이고, 블라인드에 올라온 '수사준칙 개정'에 대한 자체 여론조사에선 참여자의 41%가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지방청에서 근무하는 A 경정은 "경찰 내부에서 좋아할 내용이 하나도 없다"며 "수사권 조정 이후로 경찰에 줬던 1차 수사 종결권도 뺏어갔고, 보완수사 기간도 한 달로 정해져서 기간 내 수사를 마쳐야 하는 부담과 업무 과중만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형소법도 재개정?… 법무부 다음 행보 주목
경찰의 반발 기류에도, 법무부는 개정안 시행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따른 부작용과 국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준칙에 수사 시한을 명시하는 수준에 그쳐 상위 법률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법무부는 향후에도 관련 행보를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법무부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각하했지만, 법무부는 검수완박법으로 인해 폐지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복원하는 등 형사소송법 재개정 추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검찰 [사진=연합뉴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3071011470692046_1688957225.jpg)
![경찰 로고 [사진=연합뉴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0102921302773375_160397462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