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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조건부 구속제도 꼭 필요할까


대한경제신문




구속은 수사를 받는 피의자들에게 끔찍하고 가혹하다. 구속이 되면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회적 낙인으로 명예가 손상된다. 가족, 지인과의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며 방어권도 크게 제약받는다. 그래서 누구나 구속은 피하려 한다.

반면 검찰, 경찰에게 구속수사를 하느냐와 불구속수사를 하느냐는 실무적으로 수사 성과에 있어서 하늘과 땅 차이다. 피의자가 그 사회적 영향력과 관계를 유지한 채 수사를 받는다면 중형 선고를 우려해 도주하거나 증거인멸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그 때문에 수사기관은 형사소송법의 불구속 수사 원칙에도 불구하고 구속수사를 선호한다.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법원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과 구속수사 필요성 사이에서 갈등하며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구속영장 심문법정에서는 죄를 저지른 적이 없고 증거인멸이나 도주할 생각도 없다고 항변하는 피의자의 호소와 이를 반박하고 구속이 꼭 필요하다는 검사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은 심문 다음 날 새벽에 영장 여부를 결정하는 일도 흔하다.

최근 대법원이 ‘조건부 구속제도’를 제안한 취지와 동기는 법관의 고뇌에 비춰 이해할 만한 면이 있다. 이 제도는 구속영장을 발부하지만 보증금 납부, 주거지 제한, 전자발찌 등 조건을 달아 피의자를 석방하고 조건 위반 때 피의자를 구속하는 식이다. 구속 또는 불구속이라는 일도양단의 결정 외에 조건을 달아 피의자를 석방할 수 있는 제3의 대안이다.

다만 이 대안은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조건부 구속제도가 과연 우리 헌법의 영장주의에 부합하고, 법원과 검찰의 기능적 역할 구분을 유지시킬 수 있을까? 영장주의는 수사기관이 자의로 국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중립적이고 자격을 갖춘 법관에 의해 심사를 받도록 하자는 원칙이다. 법원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에 대해 영장을 발부 또는 기각을 판단하는 데에서 그쳐야 한다는 뜻이다. 법관이 구속됨이 마땅한 피의자에게 조건을 달아 석방을 명하는 것은 영장주의를 뒤흔들 수 있다. 법원이 수사에 관여하고 간섭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우려된다.

둘째, 기존 제도만으로도 조건부 구속제도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구속 이후 재판에서 구속이 필요하지 않은 피의자를 과감히 석방해 불구속 재판 원칙을 얼마든지 강화할 수 있다. 2022년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된 피의자는 136명(2079명 청구/136명 석방, 석방률 6.5%)에 불과하고, 1심 재판에서 보석 석방된 피고인은 1358명(5008명 청구/1358명, 석방률 약 27%)이다. 두 제도로 석방된 피고인은 1494명에 불과하다. 1심 구속기소된 1만8371명 중 3306명이 집행유예로 석방된 사실을 보면 재판에서 1800여명 이상은 적부심과 보석으로 석방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피해자와 합의나 공탁 등 예외적 사유로 심리단계보다는 선고단계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사례도 있을 수 있다. 그래도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될 정도라면 적부심과 보석으로 석방 가능한 사례는 다수 있을 수 있다.

셋째, 조건부 구속은 재범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구속이 반드시 필요한 피의자를 자유롭게 두는 구실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구속영장의 남발을 초래할 수도 있다. 현실에선 주거지 제한이나 전자발찌 부착이 재범 방지에 효과를 거두는지 단언하기 어렵다. 흉악범이 조건부 구속영장으로 석방될 위험도 크고 반대로 법관이 편의적으로 조건부 영장을 남발하는 상황도 우려된다.

넷째, 형사소송법의 구속 사유에 비춰 신분이 확실하지 않거나, 주거가 불분명한 사회적 약자들에게 불리한 제도가 될 수 있다. 특히 보증금 납부가 함께 운영되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국민적 저항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법원이, 구속은 신중해야 하고 억울하거나 불필요한 구속은 없어야 한다고 고민하는 점은 공감한다. 그러나 구속영장 발부를 둘러싼 법관의 고민과 번민은 숙명이다. 법과 양심에 따라 발부냐 기각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영장 재판의 본질에 부합한다. 결정을 미룰 수 있는 다른 길을 찾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양산할 수 있다.


이동열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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