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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금이 마약 확산을 막을 마지막 기회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미국사회의 마약 범람은 충격적이다.

시애틀,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미국 전역에서 펜타닐에 중독돼 몸을 좀비처럼 비틀고 흐느적거리며
거리를 배회하는 중독자들이 넘쳐난다.
마약에 취해 상점을 습격하더라도 단속할 경찰력이 부족해 범인을 검거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과거엔 헤로인이나 코카인 위주의 마약사범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개당 2, 3달러에 모르핀보다 100배나 강력한 펜타닐이 범람하면서
미국의 사법당국은 속수무책으로 손을 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사례가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는 현실이라는 위기의식이 이런 현실에 무감각한 우리 사회에 분노까지 느끼게 한다.

마약은 더 이상 먼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선 국내에 마약사범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2017년 1만4123명에서 6년만인 2022년 1만8395명으로 30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수사기관이 압수한 대마, 필로폰 등 마약도 2017년 154.6㎏에서 2021년 1295㎏으로 8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필로폰 기준으로 430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는 증거는 검거된 마약사범 규모 외에도 많다.
식품의약품 안전처가 하수 시료를 채취해 잔류 마약의 종류와 양을 분석하는 조사를 해 본 결과
전국 27개 하수처리장에서 필로폰이, 21곳에서 엑스터시가, 17곳에서 암페타민이 검출됐다. 전국 하수처리장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된 셈이다.

마약을 투약하는 계층도 다양해졌다. 2022년엔 전 계층에서 마약투약이 증가했지만
특히 20, 30대가 57.2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 층으로 마약히 퍼지고 있다.
특히 19세 이하 청소년 마약사범도 2.9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마약사범이 젊어지는 것은 마약거래가 다크웹이나 SNS 등 온라인을 악용하는 양상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언론에는 유명 연예인들이 마약으로 회자되는 일이 흔하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고교생들에게 각성음료라고 속여
필로폰을 탄 마약음료를 시음하게 한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한때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방심한 사이 마약은 가까이에서 우리를 위협하게 된 것이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고 때로는 무책임할 정도로 마약의 확산을 방치해 왔다.
지난 정부는 검찰의 권한을 줄인다는 명분에 집착해 그동안 우리나라 마약수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왔던
대검찰청 강력부를 2018년 폐지했다.
2020년엔 대검찰청 마약과를 없애고, 일선 검찰청의 마약수사를 담당해 왔던 강력부 6곳을 형사부로 바꿔 버렸다.
2021년 수사권 조정 이후엔 500만원 이상의 밀수사건 외에 검찰의 마약수사권을 아예 없애버렸다.

그 결과 검찰은 마약범죄에 대한 모니터링을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다음해인 2022년 검찰의 마약인지수사는 73퍼센트나 급감하게 된다.
그 시기가 바로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고 ‘마약 위험국’으로 전락한 시점과 거의 일치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마약근절 정책에 대하여 ‘마약 정치’라고 비난했던 일부 정치인들의 처사는 이해하기 어렵다.

바로 지금 우리나라는 마약 확산에서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그동안 주류이던 필로폰과 같은 마약뿐 아니라, 동물 마취제의 일종인 케타민 등 신종마약이
유흥가와 인터넷에서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조만간 펜타닐 같은 마약도 국내에서 다수 유통될 것이 우려된다.

더 이상 당리당략에 따라 마약 문제를 정쟁의 소재로 삼아선 안 된다. 마약수사와 중독자 치료를 억제하거나, 늦춰서도 안 된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마약수사 컨트롤타워를 정비하고 검경과 관세청, 보건당국이 힘을 합쳐 마약확산을 막고,
중독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마약치료센터를 확충해 나가야 한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 사회도 미국과 같이 몸을 비틀고 거리를 배회하는 좀비들로 넘쳐나는 두려운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동열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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