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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2) 한국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제한, 어디까지 풀렸나

한국 기업의 가상자산 참여 허용 국면

금융위원회는 2025년 2월, ‘법인의 단계적 가상자산시장 참여 허용’ 방침을 선포하며, 한국 기업들도 가상자산을 재무적·운용적 측면에서 도입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 현장에서는 정책적 허용을 현실적인 실행으로 옮기는 데 여전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 회차에서는 한국 법인 투자 제한의 구조적 배경과 점진적 완화의 한계를 심층 분석한다.


I. 한국 법인 투자 제한의 역사와 구조적 장벽

국내 법률은 법인의 가상자산 직접 매입을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보유는 2023년 말까지 사실상 금기에 가까웠다. 이는 금융당국의 보수적 기조와 더불어, 실무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3대 장벽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1. 보수적 정책 기조와 ‘사실상 금지’(2017~2023)

법인의 투자 제한 분위기는 2017년~2018년 가상자산 시장이 과열되자 시작되었다. 당시 정부는 투기 억제를 위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에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고, 이러한 발언은 법적 구속력은 없었지만 회계 및 공시와 연결된 상장기업들에게 강력한 규제 신호로 작용했다. 그 결과, 기업들은 회계·세무·공시 기준의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스스로 제한하였다.


2. 기업의 진입을 막아온 3대 실무 장벽

정책 기조 외에도, 가상자산의 특성상 회계·세무 처리가 기존 제도와 맞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기업의 참여를 막는 결정적인 장벽이었다.

① 회계 장벽 - 무형자산 분류와 비대칭적 손익 인식 : 국내 회계기준(K-IFRS)은 가상자산을 원칙적으로 무형자산으로 분류한다. 이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에 치명적인 불이익을 초래하는 구조이다. 가치가 상승해도 평가이익을 반영할 수 없고, 반대로 가치가 하락하면 손상차손을 즉시 인식해야 하는 비대칭적 손익 인식을 강제한다. 변동성이 큰 자산의 특성상 기업의 순이익이 왜곡되고, 실제 재무 상태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괴리가 발생한다.

② 세무 장벽 - 세무상 손금 불인정과 회계·세무 간 괴리 : 세무 측면에서는 과세 기준의 미정립이 큰 부담이다. 특히 문제는 회계상 손상차손을 인식하더라도, 세법상으로는 처분 전까지 평가 손실을 손금(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기업은 회계와 세무 간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한 세무조정 부담을 안게 되며, 이는 세무조사 리스크를 키운다. 더불어 스테이킹 보상이나 Airdrop 같은 새로운 유형의 수익에 대한 과세 기준도 불분명하여 기업의 세무 설계에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

③ 실무적 장벽 - 은행 거부로 인한 거래 접근성 원천 차단 : 법인이 국내 거래소에서 원화(KRW)로 가상자산을 매입하려면 법인 명의의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적인 중소기업이나 비상장법인은 실명계정을 발급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대부분의 은행은 자금세탁(AML) 위험 및 목적 외 사용 우려를 이유로 일반 법인의 계좌 요청을 거부한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실명계정이 발급되지 않는 법인은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에서 원화-가상자산 거래가 전면 금지되어 시장 접근 자체가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II. 정책적 허용의 조건과 한계: 가상자산 로드맵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정책은 2025년 2월 금융위원회의 단계적 참여 허용 로드맵 발표와 제도적 인프라 정비를 통해 전환기를 맞았다. 그러나 로드맵은 ‘조건부 허용’을 의미하며, 일반 법인의 전면적인 시장 참여까지는 아직 선결 과제가 많다.


1. 제도적 인프라 정비의 시작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 (2024년 7월) : VASP(가상자산 서비스 사업자)의 의무와 감독이 명시되어, 법인이 제도화된 거래소를 통해 거래할 수 있는 실무 인프라의 초석이 마련되었다. 거래소는 고객 자산 분리 보관, 보험 가입 등의 의무를 지게 되어 거래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쉬워졌다.

회계 감독 지침 시행 (2024년) : 2024년부터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이 적용되어, 자산 분류, 손상 검사, 공시 방식 등이 규정되었다. 이는 가상자산의 회계 및 공시 반영을 실무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제도 환경을 마련하였다.


2. 금융위원회 로드맵상 조건부 허용과 과제

금융위 로드맵은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3단계로 나누어 허용하는데, 1단계 및 2단계의 조건과 3단계로 가기 위한 선결 과제에 주목해야 한다.



로드맵의 전략적 의미 : 이 로드맵은 과거 ‘금지’ 기조를 공식적으로 ‘관리 및 단계적 허용’으로 전환하는 정책적 분수령이다. 기업들은 이제 허용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2단계 진입 조건에 맞춰 내부 리스크 관리 시스템, 회계처리 방식 등 제도 내 참여 요건을 어떻게 설계하고 충족할지를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이다.


3. 로드맵 이행을 위한 선결 과제와 현실적 장벽

로드맵의 2단계 허용이 상장사나 전문투자자로 한정되었다는 점은, 대다수 비상장 중소기업의 실명 계정 발급 불가라는 현실적 장벽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일반 법인의 전면 참여(3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금융위가 명시한 다음과 같은 중대한 선결 과제들이 이행되어야 한다.

2단계 가상자산법 마련 : VASP의 영업행위 규제,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법률이 추가로 제정되어야 한다.

외국환거래법 정비 : 가상자산의 국경 간 이동 및 외국환거래법상 신고 의무 등 거래 투명성을 관리하기 위한 법적 체계가 정비되어야 한다.

CARF 구축 : OECD가 추진하는 가상자산 과세 목적 거래 정보 교환 체계(CARF)를 도입, 국제적 수준의 세금 부과 및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III. 주요국 비교 및 한국 법인의 전략적 대응 방향

한국의 규제 환경이 점진적 전환을 모색하는 동안, 미국과 일본은 법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한 회계 및 법적 인프라를 이미 구축하였다. 주요국의 제도를 비교하여 한국 법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국 법인에 주는 전략적 시사점

미국은 FASB 기준 도입으로 기업이 가상자산의 가치 변동을 재무제표에 투명하게 반영할 수 있게 했으며, 일본은 보유 목적에 따른 유연한 회계처리를 허용하여 기업의 기술 활용을 장려한다. 이는 한국의 ‘무형자산 원칙’ 기반의 보수적인 회계 구조와 명확히 대비된다.

한국 법인은 국내 제도가 완전히 정비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으며, ‘통제 가능한 구조 안에서 활용하자’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 기업은 다음과 같은 전략적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① 보유 목적의 명확화 : 단순히 투자 측면에서만 접근할 게 아니라, 지급결제, 보상 시스템 등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한편, 보유 목적을 명확히 하고 이에 따른 회계/세무 처리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② 선제적인 내부통제 및 공시 설계 : 불리한 무형자산 회계기준 하에서도 손상차손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하고, 외부감사 대응을 위한 문서화 및 투명한 공시 전략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③ 제도적 공백을 메우는 실무 설계 : 실명 계정 발급 불가 등 현실적 장벽이 해소되지 않는 경우, SPC나 해외 법인(UAE 등)을 활용한 투자 구조를 설계하여 규제 미비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한편 향후 제도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실무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김기동 대표변호사(법무법인 로백스)

이창운 대표(리앤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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