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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3) 회계기준이 바뀌면 투자 판도가 달라진다

글로벌 공정가치 평가와 한국의 과제

2023년 12월, 미국 회계기준위원회(FASB)가 가상자산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 기준(ASU 2023-08)을 공식 채택하면서, 글로벌 기업의 투자 환경은 근본적으로 변화하였다. 이 패러다임 변화는 국내 기업에게도 손상차손 리스크 관리, 세무 쟁점, 감사 대응을 포함한 실무 체계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I. 글로벌 환경 변화 : FASB 공정가치 평가 채택

미국에서 가상자산이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 자산군으로 편입되는 데 가장 결정적인 기폭제가 된 것은 FASB의 회계기준 개정이다.


1. 무형자산 분류의 근본적 한계 (舊 FASB 및 現 K-IFRS)

FASB 기준 개정 이전, 미국 기업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하였다. 이로 인해 다음과 같은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였다.

- 비대칭적 손익 인식 : 자산 가치가 상승하더라도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없고(평가이익 불인식), 가치가 하락한 때에는 즉시 손실(손상차손)을 인식해야 했다.

- 재무제표의 왜곡 : 변동성이 큰 자산의 특성상 일시적 시세 하락으로도 기업의 순이익에 과도한 손실이 반영되어 실제 기업 가치를 왜곡하는 문제가 있었다.

2. FASB 공정가치평가기준(ASU 2023-08) 도입

2023년 12월 FASB가 공식 채택한 회계기준은 이러한 구조적 장벽을 해소하였다. 새로운 기준에 따르면, 특정 요건(활성 시장 거래 가능성 등)을 충족하는 가상자산에 한해 매 기말 기준으로 공정가치(Fair Value)를 반영하고, 그에 따른 평가이익과 손실 모두를 손익계산서에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기업이 가상자산을 실질적인 운용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을 의미하며, Strategy, Tesla 등 나스닥 및 S&P 500 상장사들이 비트코인 등을 대규모로 매입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3. 일본의 등록·공시와 회계기준의 유연성

일본의 경우 2020년 일본공인회계사회(JICPA)가 발표한 ‘가상통화 등에 대한 회계처리 지침’은 가상자산의 분류·평가 방식을 명확히 제시해 기업이 재무제표 내에서 가상자산을 안정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틀을 제공했다.

이 지침은 보유 목적을 기준으로 회계처리 방식을 구분한 것이다. 단기 거래를 목적으로 보유하는 경우에는 ‘단기매매자산’으로 분류하면서 시장 가격이 있을 경우 공정가치 평가를 허용해 평가손익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도록 했다. 장기 보유나 사업 활용 목적이라면 ‘비유동 무형자산’으로 분류하고,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평가하되 가치가 하락한 경우 손상차손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기업이 가상자산을 일정 규모 이상 보유하거나 사업에 활용하는 경우에도 회계보고 체계 안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공시 방식이 정착돼 있다. 가상자산은 연차보고서에서 ‘기타 자산’ 또는 ‘비유동 무형자산’ 항목에 계상되고, 주석 공시에서 보유 목적, 리스크 요인, 사업 활용 방식 등을 기재한다. 이는 가상자산을 단순한 투자자산으로 보기보다 기업의 사업 활동과 연계된 재무 요소로 설명하도록 유도한 제도적 장치로 평가된다.


II. 한국 기업의 회계 난제 : K-IFRS 무형자산 분류의 구조적 한계

미국이나 일본이 가상자산에 대해 공정가치 평가를 허용한 것과 달리, 현재 한국의 상장사 및 비상장사들에게 적용되는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는 여전히 가상자산을 원칙적으로 무형자산으로 분류한다.

1. 손상차손의 비대칭적 인식 문제

한국 기업은 K-IFRS 제1038호 무형자산 기준에 따라 가상자산을 취득원가로 계상하고, 시세가 장부가액보다 낮아지면 손상차손을 즉시 인식해야 한다. 하지만 이후 가격이 회복되더라도 상향 조정하여 이익을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손상 회계 위험(Impairment Accou -nting Risk)은 변동성이 높은 가상자산의 특성과 결합하여 기업의 재무 상태를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표시하게 만든다. 가상자산 보유 후 일시적으로 거액의 손상차손이 발생할 경우, 이는 순이익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 예외적 회계 분류의 제한적 적용

2024년부터 적용된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은 가상자산의 보유 목적이나 거래 방식에 따라 재고자산 또는 금융상품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지만, 이는 매우 제한적이다.

- 재고자산 분류 : 가상자산을 반복적으로 매입·판매하는 사업구조를 가진 기업(예: 거래소, 채굴업체)만 예외적으로 적용 가능하며, 일반 법인의 적용은 어렵다.

- 금융자산 분류 : 증권성 토큰(STO)이나 RWA(Real World Asset, 부동산·채권 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술로 토큰화한 자산)처럼 계약상 현금흐름이나 지분 권리가 명시적으로 확인되어야 분류될 여지가 있으며, 이 경우에만 손상차손 환입이 가능하다.


III. 회계기준과 세법의 괴리 : 세무조정 실무와 과세 쟁점


1. 손상차손과 법인세 : 세무상 손금 불인정

가장 큰 괴리는 손상차손 인식 시점에 발생한다. 회계(K-IFRS)상으로는 손상차손을 즉시 인식하여 순이익을 감소시키지만, 세무(법인세법)상으로는 처분 전까지는 가상자산의 평가 손실을 손금(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은 회계상의 손실을 세무상으로는 다시 이익으로 돌리는 손금불산입 처리를 통해 법인세 과세표준을 조정해야 한다. 이는 실무자에게 추가적인 세무조정 부담을 안기며, 세무조사 리스크를 동반한다.

2. 새로운 수익 유형의 과세 쟁점

스테이킹 보상이나 Airdrop처럼 기업이 대가 없이 가상자산을 수취하는 거래는 과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실무상 혼란이 크다. 스테이킹 보상은 수령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으나, 락업(Lock-up, 일정 기간 매도·인출 제한) 조건이 있는 경우 실제로 처분 가능한 시점이 과세 시기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공존한다.

Airdrop 역시 시가를 기준으로 익금산입할 가능성이 높지만, 과세 기준을 ‘실질적 통제 가능성’으로 볼지 여부는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더불어 NFT 거래 로열티 수익 역시 과세 항목과 시점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가 없어 기업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해석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

IV. 회계처리 실무·감사 대응 : 리스크 최소 전략

회계처리 기준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일수록, 기업은 선제적으로 내부통제를 구축하고 감사 대응을 위한 문서화에 집중하여 제도적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1. 회계처리 실무 절차 : 손상 인식 및 공정가치 산정

기업이 가상자산을 보유할 경우, 실무에서 회계처리가 진행되는 흐름은 다음과 같다.

2. 감사 대응과 투명성 확보 전략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은 ① 자산의 실재성(Existence) 검토와 ② 회계 분류 및 평가 기준의 적정성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한다.

- 커스터디 활용 및 증빙 : 외부 커스터디 업체에 자산을 위탁하고, 해당 업체의 신뢰성 입증 자료(예: 보관 확인서, 보험증서 등)를 확보하면 자산의 실재성 검토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감사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 손상평가 문서화 : 손상평가 보고서 등 문서화된 자료를 준비하여 손상 인식 시점과 기준의 합리성을 회계법인과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 이사회 승인 및 내부통제 : 가상자산 투자는 주요 경영 판단으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이사회 사전 승인 절차와 함께 명확한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문서화해야 한다. 이사회 보고 문서에는 투자 목적, 기대효과, 위험 요소, 회계·세무 처리 방식, 내부통제 방안까지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기동 대표변호사(법무법인 로백스)

이창운 대표(리앤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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