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보이지 않는 리스크 관리를 위한 내부 통제 시스템 구축
가상자산 운용과 관련,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회계처리, 세무규정, 공시의무, 내부통제 등 광범위한 실무적 불확실성을 주요 고민거리로 안고 있다. 특히 가상자산은 기술적 특수성, 법적 불확실성, 높은 변동성이라는 세 가지 복합적 위험 요소를 내재하고 있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I. 가상자산 공시 : 재무제표의 신뢰성과 일관성 확보
1. 공시·회계 장벽의 실무적 대응
국내 회계기준(K-IFRS)은 가상자산을 원칙적으로 무형자산으로 분류하며. 이러한 회계 구조는 가치 상승을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없고 하락 시에만 손실을 인식해야 하는 극히 보수적인 방식을 취한다. 이로 인해 기업의 실제 재무 상태와 회계상 수치 간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상장기업들은 공시 의무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손상 회계로 인한 단기 순이익 변동성 때문에 재무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미국의 나스닥 상장사인 Strategy(구 MicroStrategy)는 불리한 회계기준(US GAAP 기준상 무형자산 분류) 아래서 가상자산 보유를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참고 사례이다. Strategy는 회계상 취득원가로만 자산을 계상하고 가격 상승분을 장부가에 반영할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주석 공시를 통해 비트코인 실질 보유량, 시장가치 추정치, 평균 취득단가 등을 투명하게 게시하였다. 이러한 보완적 공시 전략은 손상 회계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투자자들이 기업 가치를 제대로 해석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며, K-IFRS 체계에서도 충분히 응용 가능한 방식이다.
2. 회계, 세무, IR 간의 정합성 유지
공시, 회계, 세무 사이의 일관성은 기업 신뢰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회계팀이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했음에도, 세무팀이 법인세 조정에서 ‘금융자산’으로 처리하고, IR팀이 외부 공시에서 ‘상이한 용어’를 사용한다면, 이는 내부통제 실패로 해석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불일치는 향후 세무조사나 외부 감사 시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실무자 사이에서는 회계팀이 회계정책 변경 사항과 평가 결과를 분기별로 정리하고, 세무팀이 세무조정 내역과 해석상 유의점을 정리하며, IR팀은 감사 주석의 내용과 용어를 통일된 구조로 작성하고 예상 질문에 대한 표준 답변을 미리 준비함으로써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
II. 내부통제 구축 실무 : 조직 설계와 자산 보호 전략
1. 실행 중심의 프로젝트 TF 구성 및 책임 분담
가상자산 관련 업무는 재무, 전략, IT, 법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동시에 여러 부서에 걸쳐 있어 담당자가 불분명해지거나 책임이 모호해질 수 있으므로, 사업 추진 초기에는 실행 전반을 주도할 프로젝트형 TF(Task Force)를 먼저 구성할 필요가 있다.
· TF 구성 원칙 : 기술(IT/보안), 법무, 회계, 사업 부문 등 주요 연관 부서가 균형 있게 참여해야 한다. 또한, TF가 최소 3개월 이상 활동할 수 있도록 공식적인 권한을 부여받아야 하며, 나아가 사내 전략 결정 라인과 직결되는 명확한 보고 체계를 설정해야 한다.
· 경영진 책임 분산 : 가상자산 보유 및 활용에 대한 실질적 책임은 대표이사나 재무 담당 임원 등 경영진에게 집중될 수 있다. 이를 분산하기 위해 대표이사의 단독 승인 대신 투자 심의위원회, 자산관리 위원회 등 다 부서 협의체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하여 책임 분산의 증거를 마련해야 한다. 이사회 승인 없이는 투자가 진행되지 않도록 내부 규정도 강화해야 한다.
2. 사내 규정 정비 및 보안 통제 체계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가상자산 관리규정, 투자 심의지침 등을 정비하여 외부 감사, 감독기관 질의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방어막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가상자산은 보안 통제가 곧 자산 통제와 직결되므로, 다음과 같은 보안 통제 체계를 별도로 수립해야 한다.
· 지갑 접근 권한 분리 : 기업 온체인 지갑에 대해 2인 이상 승인 체계(Multi-sig)를 적용해야 한다. 이는 한 명의 승인자가 오용하거나 남용하는 것을 막고, 책임을 여러 관계자에게 분산시키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 스마트 계약 코드 검토 : 새로운 토큰을 발행하거나 디앱(탈중앙화 앱)을 개발할 경우, 외부 전문 감사기관의 코드 검토를 받고 서면 감사보고서를 확보해야 스마트 계약 오류나 취약점을 사전 차단할 수 있다.
· 사고 대응 매뉴얼 정립 : 해킹 등 보안 사고 발생 시 내부 즉시 보고, 외부 공지, 관계기관(경찰, 금융위 등) 조사 협조 절차를 정립하여 피해 확산을 방지하고, 초기 대응의 합리성을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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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이사회 보고와 커스터디 전략을 통한 리스크 방어
1. 이사회 보고의 통합적 구조
이사회 보고와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실무자와 이사회 간 정보 비대칭을 최소화하고, 향후 법적 분쟁이나 감사에서 책임 소재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보고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특히 ‘가상자산 투자심의 기준’은 자산가치 평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해당 자산의 기능, 목적, 연계사업구조를 명확히 정리하는 구조 중심의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사회 보고서에는 다음의 항목이 포괄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 투자 및 보유자산의 구체적 정보 (종류, 수량, 발행처, 취득 시점)
- 보유 목적 및 운용 방침 (단기 트레이딩, 장기 보유, 사업 연계 등)
- 예상 회계처리 방식 및 손상 위험 (K-IFRS 분류 기준 제시)
- 공시 및 감사 대응 전략
- 내부통제 수단 및 커스터디 설계 (Multi-sig 적용 여부, 커스터디 업체 명시)
- 법률 및 세무 검토 의견 요약 (주요 리스크 및 대응 방안 포함)
2. 커스터디 활용을 통한 책임 분산
가상자산의 보관 방식은 보안 리스크, 회계처리, 내부통제, 법적 책임 문제와 직결되는 중요 사안으로, 사업 초기 단계부터 우선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외부 커스터디(수탁)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제도상 권장되는 방향이다. 커스터디 서비스를 이용하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 보안 리스크 분산 : 해킹 등 사고 발생 시 손실에 대한 책임을 커스터디 업체와 분담할 수 있으며, 기업이 직접 보안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없어진다.
· 감사 대응 용이성 : 커스터디 업체가 제공하는 보증서 등 제3자 확인 자료를 통해 회계감사 시 자산의 실재성(Existence Test) 검토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자체 지갑을 사용하는 것보다 감사 비용 및 시간을 절약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 신뢰성 확보 : UAE 등 해외에서는 기관 투자자나 일반 법인의 커스터디 이용이 제도적으로 인정받는 가장 신뢰도 높은 방식이다.
커스터디 계약서 작성 시에는 △ 자산 소유권 귀속의 명확화, △ 사고 발생 시 책임 분배 구조, △ 외부 기관 대응을 위한 증빙자료 제공 가능성, △ 해지 시점의 자산 인출 절차 등 네 가지 중요 사항을 주의 깊게 검토해야 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을 위한 통찰
가상자산 시대의 리스크 관리는 투명성과 신뢰를 확보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적 활동이다. 잘 설계된 내부통제와 공시 구조는 복잡한 규제의 바다에서 기업의 항로를 비추는 등대와 같다. 이는 법적 방어뿐 아니라,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를 얻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내는 동력이 될 것이다. 기업은 Compliance(규정 준수)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김기동 대표변호사(법무법인 로백스)
이창운 대표(리앤인사이트)

